
"모회사 주식을 살까, 자회사 주식을 살까?" 이 질문에 명쾌하게 답할 수 있는 투자자가 얼마나 될까요? 저는 코스닥 종목을 살펴보다가 같은 그룹 내에서 모회사와 자회사가 동시에 상장된 경우를 여러 번 봤는데, 솔직히 어느 쪽에 투자해야 할지 판단이 서지 않았습니다. 비슷한 사업을 한다고 설명되어 있지만, 실제로 이익이 어디로 귀속되는지 구조가 너무 복잡했습니다. 이번에 금융위원회가 중복 상장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코스닥시장을 1·2부로 나누는 개편안을 발표했습니다. 개인 투자자 입장에서 시장이 조금이라도 더 명확해질 수 있을지 기대와 우려가 교차합니다.
중복상장 금지, 그동안 왜 방치됐을까
2026년 3월 18일, 이재명 대통령이 주재한 '자본시장 안정과 정상화' 간담회에서 이억 원 금융위원회 위원장은 모회사와 자회사의 중복 상장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여기서 중복상장이란 같은 기업집단 내에서 모회사와 자회사가 모두 증권시장에 상장되어 있는 상태를 의미합니다(출처: 금융위원회). 쉽게 말해, 한 그룹 안에서 여러 회사가 동시에 주식시장에 나와 있는 겁니다.
저는 예전에 모 IT 기업의 모회사와 자회사 주가를 비교해 본 적이 있는데, 실적 발표 때마다 어느 쪽이 더 혜택을 받는지 해석하기가 정말 어려웠습니다. 기업공시를 봐도 계열사 간 거래 내역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서, 일반 투자자가 제대로 이해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했습니다. 이번 개편안에 따르면 중복 상장은 일반 주주가 부정적으로 판단하면 추진할 수 없고, 예외적으로 허용되더라도 모회사 이사회에는 주주 충실의무가 부여됩니다.
금융위는 일반 주주 동의, 국내 상장 필요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예외 허용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동안 중복 상장 구조가 방치된 이유는 기업 입장에서 자금 조달 채널을 늘릴 수 있고, 계열사 간 시너지를 강조할 수 있다는 명분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지배구조가 불투명해지고 소액주주 이익이 희석되는 문제가 반복적으로 지적되어 왔습니다.
코스닥 1·2부 분리, 진짜 미국 나스닥처럼 될까
금융위는 코스닥시장을 1부(우량 혁신 기업)와 2부(스케일업 기업)로 나누는 구조 개편안도 함께 내놨습니다. 1부에는 현재 코스닥 기업 중에서도 170개 이내의 우량 혁신기업만 선별해 배치하고, 나머지는 2부에 편성한 뒤 상호 이동이 가능하도록 만들겠다는 계획입니다. 여기서 밸류에이션(Valuation)이란 기업의 실적 대비 주가 수준을 의미합니다. 금융위는 1부 기업들이 더 높은 밸류에이션 프리미엄을 받을 수 있도록 유도하겠다고 밝혔습니다(출처: 한국거래소).
정책 당국은 미국 나스닥시장을 벤치마크로 제시했습니다. 나스닥은 글로벌 셀렉트, 글로벌, 캐피털 등 세 등급으로 나뉘어 있고, 각 등급별로 상장 요건과 투자자 인식이 명확하게 구분됩니다. 코스닥시장도 이처럼 등급을 나눠서 투자자가 기업의 성장 단계를 직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는 취지입니다.
구체적인 지원책도 나왔습니다.
- 코넥스 펀드를 현재 1000억 원에서 2000억 원 이상으로 확대
- 코넥스 상장 비용 완화 및 소액주주 보유 비중 요건 단계적 상향(5%→15%)
- 기술특례상장 제도를 AI, 우주, 에너지뿐만 아니라 첨단로봇, K콘텐츠, 사이버보안 분야로 확대
저는 이 대목에서 약간 회의적입니다. 과거에도 코스닥시장 활성화 대책이 여러 번 나왔지만, 실제로 우량 기업들이 유가증권시장으로 이동하는 흐름은 막지 못했습니다. 1부와 2부로 나눈다고 해서 기업들이 코스닥에 남을 이유가 생길지는 지켜봐야 합니다.
저 PBR 표시와 상장폐지 강화, 실효성은
금융위는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은 상장사 리스트를 대외에 공표하고, 종목명에 별도 표시를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PBR(Price to Book Ratio)이란 주가를 주당순자산으로 나눈 값으로, 기업의 자산 가치 대비 주가가 얼마나 저평가 또는 고평가 되어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입니다. 쉽게 말해, PBR이 1보다 낮으면 회사가 보유한 자산 가치보다 주가가 낮다는 뜻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저 PBR 종목을 따로 표시하는 정책이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저평가된 종목을 쉽게 찾을 수 있어 좋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저평가 낙인'이 찍혀서 오히려 투자 회피 현상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특히 성장성이 있는 중소기업인데 일시적으로 실적이 부진해 PBR이 낮아진 경우, 이런 표시가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상장폐지 제도도 강화됩니다. 금융위는 내년 6월까지 상장폐지 집중관리기간을 두고, 올해 상장폐지 대상 기업을 기존 50개에서 150개 내외로 대폭 늘리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적대적 M&A 활성화 방안도 함께 나왔는데, 상장사 경영진은 인수 목적과 가격, 산정 근거가 상세하게 기재된 제안서를 받으면 이를 반드시 공시해야 하고, 이사회는 지배주주가 아니라 전체 주주 관점에서 검토 결과를 공개해야 합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간담회에서 "가게에 갔는데 썩은 물건인지 제대로 된 물건인지 알 수 없으면 그 가게에 가기 싫어진다"며 "거래 시스템을 정리해 많은 사람이 자유롭게 시장에 참여하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라고 강조했습니다. 또한 주식 거래 대금 결제일을 현재 2 영업일에서 1 영업일로 단축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정책의 방향 자체는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과거 사례를 보면 정책 의도와 실제 효과 사이에 괴리가 있었던 경우가 많았습니다. 중복 상장 금지도 '예외 허용'이 존재하는 이상 또 다른 편법이 생길 가능성이 있고, 코스닥 1·2부 분리도 단순한 등급 나누기에 그칠 위험이 있습니다. 저 PBR 공개 정책 역시 기업의 성장성이나 산업 구조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채 낙인 효과만 낼 수 있습니다. 결국 이런 제도들이 얼마나 일관성 있고 투명하게 운영되느냐가 핵심입니다. 시장 신뢰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정책이 발표된 만큼, 이제는 실행 단계에서 얼마나 원칙을 지키는지 지켜보는 것이 투자자로서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