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월, 일본 엔화 환율이 달러당 155엔을 찍었다가 갑자기 급락했습니다. 미국 재무부가 일본에 '레이트 체크'를 했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 뉴스를 보면서 '환율 하나로 이렇게 큰 나라들이 신경전을 벌이는구나' 싶었습니다. 사실 제가 20대 중반이다 보니 환율이나 금리 이야기가 나오면 단순한 뉴스가 아니라 '이게 앞으로 제 자산 형성에 어떤 영향을 줄까'라는 생각부터 들더라고요. 일본의 엔화 약세 상황을 들여다보니, 과거 아베노믹스 시절과는 경제 환경이 완전히 달라져 있었고,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내세운 '사나에노믹스'가 과연 예전처럼 작동할 수 있을지 의문이 생겼습니다.
아베노믹스와 지금은 다르다
2012년 아베 신조 총리가 등장했을 때 일본 경제는 디플레이션 늪에 빠져 있었습니다. 물가상승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던 시절이었죠. 여기서 디플레이션이란 물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하여 소비와 투자가 위축되는 현상을 의미합니다. 아베노믹스의 핵심은 '2% 물가 목표 달성 때까지 무제한 통화 공급'이었습니다. 당시 일본은행은 막대한 양의 엔화를 시중에 풀었고, 그 결과 엔화 가치는 달러당 75엔에서 155엔까지 급락했습니다. 엔화가 약해지니 수출 기업들은 경쟁력을 회복했고, 수입 물가가 올라가면서 디플레이션 탈출에 성공했습니다(출처: 일본은행).
하지만 지금 상황은 달라졌습니다. 저도 최근 일본 경제 지표를 찾아보면서 놀랐는데, 일본의 물가상승률이 우리나라보다 높더라고요. 이미 인플레이션이 찾아온 겁니다. 물가가 제로이거나 마이너스일 때는 돈을 막 뿌려도 괜찮지만, 이미 물가가 올라와 있는 상황에서 또 돈을 푸는 건 위험합니다. 게다가 엔화는 이미 충분히 약세입니다. 달러당 155엔이면 과거 75엔 시절보다 엔화 가치가 절반 이하로 떨어진 셈이죠. 여기서 더 약세가 진행되면 수입 물가가 폭등하고 서민들의 생활고가 심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또 하나 달라진 점은 자산 가격입니다. 2012년 당시 니케이 지수는 7,000포인트 수준이었는데, 지금은 59,000포인트에 달합니다. 부동산 가격도 크게 올랐고요. 자산을 가진 사람들은 기분이 좋겠지만, 자산이 없는 청년층은 집값 상승과 물가 상승이라는 이중 부담을 안게 됐습니다. 제 또래 친구들도 요즘 부동산 이야기만 나오면 한숨부터 쉬잖아요. 일본도 비슷한 상황일 겁니다.
그래서 다카이치 총리는 '책임 있는 적극재정'이라는 표현을 씁니다. 여기서 책임 있는 적극재정이란 무분별하게 돈을 푸는 게 아니라, 생산성과 성장이 기대되는 신산업에 선택적으로 투자하는 정책을 뜻합니다. 약 21조 엔을 미래 산업에 투자해서 법인세, 소득세, 소비세 등 새로운 세수를 만들겠다는 구상입니다. 말은 그럴듯하지만, 정부가 정말 정확하게 타깃을 맞출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미국의 견제와 앞으로의 전망
작년 8월,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이 일본에 금리 인상을 요구했습니다. 외국 정부가 다른 나라의 통화정책에 직접 개입하는 건 매우 이례적인 일입니다(출처: 미국 재무부). 왜 미국이 이런 압박을 가했을까요? 일본의 장기 국채 금리가 오르면서 미국과 유럽의 금리 상승을 부추기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엔화가 약세를 보이자 일본 내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졌고, 이는 일본 금리 상승으로 이어졌습니다. 글로벌 자본 시장은 연결되어 있어서, 일본 금리가 오르면 미국 국채 금리도 덩달아 오를 수밖에 없습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재정 지출을 늘리기 위해 낮은 금리가 필요한데, 일본 때문에 금리가 안 떨어지니 불만이 생긴 겁니다.
올해 1월에는 미국이 직접 '레이트 체크'에 나섰습니다. 엔 달러 환율이 급락한 건 바로 이 때문이었죠. 시장에 '미국이 개입할 수 있다'는 신호를 준 거예요. 저는 이 뉴스를 보면서 '환율 하나로 강대국들이 이렇게 예민하게 반응하는구나' 싶었습니다. 실제로 베센트 장관은 "일본 채권 시장에서 생긴 신호를 글로벌 시장이 잘못 해석하고 있다"며 오해를 풀기 위해 개입했다고 밝혔습니다. 결국 미국은 엔화 약세를 부담스러워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그렇다면 사나에노믹스가 아베노믹스처럼 막대한 통화 공급으로 이어질 수 있을까요? 저는 어렵다고 봅니다. 아베 시절에는 디플레이션이라는 명분이 있었고 엔화도 강세였으니 약세로 전환할 여지가 컸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이미 물가가 올라 있고 엔화도 충분히 약합니다. 여기서 더 풀면 물가가 폭등하고 자산 양극화가 심화될 겁니다. 청년층 입장에서는 집값과 생활비가 동시에 오르는 최악의 시나리오죠.
그래서 다카이치 총리는 선거 압승 이후 '재정을 함부로 쓰지 않겠다'라고 못을 박았습니다. 시장을 안심시키기 위한 발언이었죠. 성장 산업에 선택적으로 투자하겠다는 방향 자체는 나쁘지 않습니다. 하지만 정부가 정말 정확하게 미래 먹거리를 찾아낼 수 있을지, 그리고 그 투자로 실제 세수가 늘어날지는 아직 미지수입니다.
정리하면, 일본은 과거처럼 무제한 통화 공급을 할 수 없는 환경에 놓여 있습니다. 물가도 이미 올라 있고, 엔화도 충분히 약하며, 미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들도 엔화 약세를 견제하고 있으니까요. 저 같은 청년 입장에서는 '자산 양극화가 더 심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큽니다. 일본의 사례를 보면서 우리나라도 비슷한 길을 걷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게 됩니다. 결국 경제 정책은 단순히 돈을 푸는 게 아니라, 누가 혜택을 보고 누가 피해를 입는지까지 세밀하게 따져봐야 한다는 걸 느꼈습니다.